영화

영화 <타이타닉 Titanic> 후기

파지 2021. 11. 16. 04:07

*스포일러 포함


최근에 자꾸
‘타이타닉에 나왔던 ~~한 멋진 캐릭터들은 실제 생존자 목격담에 기반한 거였다’는 내용의 트윗이 보였는데
내가 또… 좃될게 뻔한 상황에서 의연하게 자기 책임 다하는 선한 인물 너무 좋아하잖아………..
스트리밍하는 곳이 없고 개별구매뿐이라 못 보고 있었는데 마침 디즈니플러스에 있길래 봤다 디플최고♡♡

타이타닉에 대해 알앗던 건
- 배 침몰한다
- 여자만 살고 남자는 죽는다
뿐이엇고 그외엔 아무것도 모르고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구석이 많앗어!!

일단 로즈 캐릭터
똑똑하고 진취적인데 억압받고 사는 반항적인 여자…
지금으로 치면 좀 흔하기도 하지만 그땐 지금만큼은 아니엇겟지
그리고 나는 항상 좋아해

그리고 잭도 좋앗음
귀엽고 순하고 성격좋고 말 잘하고 남자짓 안하고 특별히 자아 없고 무게도 없고 장난스럽고 소탈하고…
격식차리기에 지친 부잣집 아가씨가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타입이야
로즈 도끼질 완전 못하는거 보고 자기도 당황했으면서도 그정도면 충분하다고 손목 내미는 것도 뭐랄까
지 위험 냉큼 감수하고 로즈 기 안 죽여서 좋음ㅋㅋㅋ

근데 잭 제일 좋았던 거: 너 꼭 살아나가서 (다른 사람 만나서<<이게중요) 애도 낳고 오래오래 살라고 한 거
보통 한 쪽만 살아남는 커플에선
살아남은 쪽이 영영 다른 사람 아무도 안 만나고 다시는 사랑에 빠질 줄도 모르고 그이의 죽음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과거에 파묻혀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죽은쪽이 너 꼭 다른사람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햇으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러면 일상으로 나아가도 되는거지…… 그게 죽은 그이의 바람이라면야…….
로즈는 이미 나아가서 손녀랑 잘 살고 있는데 그 점이 이 극적인 로맨스를 조금이라도 해치지 않는 건 잭이 저렇게 말해줫기 때문이잖아
그게 좋앗어…

러닝타임 3시간이나 되는데 버릴 구석이 없는 것도 좋앗다
배에 문제 생기기 전까지 귀여운 장면도 넘 많았고!!

그림 그리는 장면 좋았다 섹슈얼하게 흘러가지 않아서… 얼굴 빨개지는 거 놀리는 건 귀여웠음 ㅋㅋ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앗어

집사한테서 도망치는 것도 마차 타는 것도 엄청 귀여웠는데
섹스는… 없엇으면 더 좋앗겟지만 뭐 엄청 나쁘진 않음

제일 유명한 갑판 장면도 좋앗다
이렇게 너무 유명한 장면들은 난 오히려 별 흥미 없을 때가 많았던 거 같은데 이건 딱 기대한 만큼 좋앗어
그치만 최애 씬을 하나 꼽는다면… 그림 그리는 장면이나 잭 죽기 전에 너 꼭 행복하게 살라고 하던 장면 둘중 하나 택하고 싶네

몰리 브라운 정말정말 좋앗어~~
경박하다고 미움 사던데 나는 이런 오지랖 넓고 친절한 사람이 넘 좋아
남들 구하러 돌아갈 생각 없는 구명정 사람들 나무라는 것까지 좋았다 ㅜㅜㅜㅜ 협박당하니까 더는 주장하지 못하고 물러서버렸지만… 뭘 더 어쩌겠어?? 충분히 선하고 좋은 사람이엇어…

그 사람도 좋았다 열쇠 떨어뜨려서 결국 문은 못 열어줬지만 아무튼 도와달란 말에 한참 고민하다가 시도는 햇던 승무원
딱 현실적인 수준의… 착한 선택 같아서

배 제대로 무너지기 시작할 때는 완전 울엇는데
어디서부터엿냐면… 앤드류스 씨 도망치지도 않고 배 안에 그대로 서서 더 튼튼한 배를 만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할 때부터……아저씨 ㅅㅂ 님이 뭘 더 어쩌겟냐고요……….. 자기 탓이 아닌데도 책임을 느끼는 게 멋지달까
그리고 선장아저씨 조타실에 죽으러 들어갈 때까지………
그리고 침몰하는 배에서 계속 연주하는 악단 때문에 또 오열

약혼자남은 진짜 약간 웃길 정도로
할수있는 나쁜놈짓은 다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긴것도 알라딘 자파상임 ㅜ 영화판의 초롱초롱 자파 말고 걍 자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있잖아
권선은 모르겠지만 징악은 철저해서 속은 시원했음

사람들 통제하느라 총 들던 승무원이 사람 죽이고 충격받앗는지 현타인지 자살하는 건 좀 마음아프고 충격이엇다…ㅜㅜ
근데 그 총맞아죽은 사람 피가 기울어진 배에서 한쪽으로 흐르는 게 시각적으로도 충격이엇음…

마지막에 생존자 구하러 돌아온 배 운행하는 사람이
노로 (죽은)사람들 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던 게 좋았다…ㅜㅜ 이제는 노에 맞든 말든 사실 상관 없는데도…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게

그리고 갑자기 깨달은 건데
나 액자식 구성을 좋아하는 걸까??
블라이부터… 위키드와… 타이타닉까지
남은 한쪽이 세상에 이야기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지난 얘기가 너무 좋아~~ㅜㅜ

잭 가라앉는 장면은
로즈가 (잭이 부탁한 것처럼) 자기가 꼭 살아야겟으니까
맞잡은 채 굳은 잭 손 팍 떼어내는 게 슬프고… 좋앗음
그리고 희생하고 후회없이 발버둥치는것도 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남자…
정말 아름답더군요

마지막으로
할머니 로즈 부분 좋앗던 거
살아남아서 혼자나마 잭이랑 같이 하자고 햇던 ‘남자처럼’ 말타기 한 거…
다이아몬드 일부러 바다에 떨어뜨리고는 놀란 척 장난스러운 소리 낸 거
그 사람은 사진도 없고 기록도 없고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던 말… < 이거 진짜 너무 아름다움!!!!!!!!! ㅜㅜㅜㅜㅜㅜㅜㅜ
마지막에 나오는 셀린디온의 주제곡 가사와도 딱 이어진다…… 매일 밤 꿈에서 보는 덕에 당신을 알 수 있다니…… 너무아름다운노래야………………

아니 근데 보는데 자꾸 타이타닉 파생 밈/개그들이 떠올라서 머릿속에서 내쫓느라고 고생함 ㅅㅂ
아름답게 분위기잡고 그림그리는데 숙희마냥 개못그리는 잭
짹…! 컴백…! 정다은 성대모사
마지막에 바다위에 둥둥떠잇을때 한남이엇으면 “교대하자” 이딴소리햇을거라는 말 이런 거ㅜㅜㅜㅜㅜ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저런 개웃긴 소리들을 하다니… 어케이럴수가
요즘 사람들은 감성이 메말랏다,


아무튼
좋을 것 같다고 예상은 햇는데 기대보다 너무 재밋게 그리고 좋게 봣다ㅠ.ㅠ 근데 감정소모가 심하구 워낙 길어서… 자주 보진 못할 거 같고 가아아끔가다 한 번 각잡고 다시보고싶을거같애
명작영화!!!라고 하면 괜히 거부감이 드는 게 있었는데 마음을 좀 열고 살아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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