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피어스트리트] 샘X디나

[샘디나 / 번역] summer lovin’ (3)

파지 2021. 8. 19. 20:12

https://archiveofourown.org/works/32751760

Rating:
Mature
Fandom:
Fear Street Trilogy (TV)
Relationship:
Samantha "Sam" Fraser/Deena Johnson



재앙 같던 음식 전쟁 이후 삼 분 가량이 지나고, 둘은 구드 주임의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구드는 커피를 가지러 나가며 둘만 남겨놓고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난 뒤로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디나는 처음엔 그가 자기를 샘과 단둘이 남겨두고 나간 데에 짜증이 났지만, 그런 마음은 금세 지나갔다. 디나는 어떤 벌을 받게 될지 걱정하느라 날뛰어대는 마음에 산만하게 정신이 팔려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지난 행동을 돌아보고 나자 디나는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빠르게 분노에게 져버렸던 것이다. 피터는 모욕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받을 만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언쟁을 벌이는 건 누가 시작했느냐와 관계 없이 결국 디나가 벌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지금만 해도 누구는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누구는 여기서 설교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나.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까?

게다가 만약 설교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 만일 구드 주임이 커피를 가지고 돌아와서는 하는 말이란 게 너흴 캠프에서 쫓아내겠단 소리라면? 디나는 집에, 아빠에게 돌아가야 할 거고 그렇다면 조쉬도 따라오게 될 것이었다. 조쉬는 아쉽지 않다고, 괜찮다고 할 테지만, 거짓말일 것이었다.

뭔가를 망쳐서 조쉬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었다. 특히 조쉬가 여기서 지내는 게 행복해 보이는 상황에선 더더욱. 물론 디나는 혼자 떠나는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터였으나 그런 사치는 가능할 리 없었다. 디나는 만일 구드 주임이 자길 내쫓으려 한다면, 굴욕적이게 들리든 말든 냉큼 무릎 꿇고 앉아서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샘이 남들에게 그 일을 떠들고 다니기로 한다면 디나는 캠프 전체에서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

그 생각은 디나에게 샘의 존재와 샘이 이 사건에서 차지한 역할을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 애초에 음식 전쟁을 시작한 건 샘이었다. 일어났던 모든 일은 걔 잘못이었다. 만일 캠프에서 쫓겨난다면, 그것도 샘의 잘못이었다.

디나는 샘을 흘깃 쳐다봤다. 완전히 돌아보진 않고 시야 끄트머리에만 걸리게 봤다. 이런 짓도 이쯤되면 습관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디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샘의 셔츠 앞섶엔 뭔지 모를 보랏빛 끈적한 물이 들어 있었고 —추측해 보자면 디나는 주스라는 데에 한 표를 던졌겠다—샘은 티셔츠가 몸에 닿지 않게 하려고 손가락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측은하게 보일 만한 꼴이었고, 디나의 마음 속에 작게나마 걱정 같은 게 피어오를 법도 했지만, 실제로는 다시금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구드 주임은 샘은 봐줄 것이었다. 서니베일 사람이라면야, 서니베일 사람은 언제나. 그치? 셔츠 망친 것 외에 고통받을 일이 뭐 있겠어?

"다 너 때문이야." 디나가 먼저 침묵을 깼다. 으르렁대는 소릴 감추지 못한 목소리였다.

"뭐?" 샘이 놀라서 돌아보며 날카롭게 되물었다. "이게 어떻게?"

"장난해?" 디나가 샘을 똑바로 쳐다보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네가 내 얼굴에 케이크 집어던졌잖아!"

"그건 실수였어." 샘이 즉시 반박했고, 짜증 날 정도로 진정성 있어서 아주 잠깐은 디나도 설득돼버릴 뻔했다. "너한테 던진 게 아냐."

디나가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그래, 아니시겠지."

"정말 아냐!"

"알겠어."

"진짜 아니라고!" 샘이 화나서 손을 휘저었다. "정말이야!"

"그래, 다 이해했어." 디나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서 샘이 깊게 한숨을 내쉬는 게 들렸고, 손에 얼굴을 묻는게 보였다.

"정말로 아니었어." 샘이 손에 막혀 웅얼대는 소리로 말했다. "피터한테 던진 거야."

디나를 진정시키려 꺼낸 말이었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디나의 짜증에 불을 붙일 뿐이었다.

"그래, 뭐." 디나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너무 신경쓰는 것처럼 들렸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다음 번에 네 남자친구랑 영화 찍을 땐 나는 좀 빼줄래. 너네 둘은 그냥 좀 다투고 끝이겠지만 누구한텐 정말 문제가 되거든."

"오, 자기중심적 비관주의자가 또 납셨네." 샘이 눈을 한 번 굴리고는 비꼬는 투로 조용히 내뱉었다.

"지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디나가 사납게 물었다. 무슨 뜻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샘이 이미 자기에게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단 생각이 디나의 마음에 불편하게 머물렀다.

샘은 잠시 망설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만 같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넌 항상 불평뿐이잖아." 샘이 결국 내뱉었다. "넌 언제나 '아, 슬프도다,' 이런 식이야. 세상이 널 잡아먹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굴어. 근데 그거 알아? 세상 일이 전부 너에 관한 건 아냐. 남들한테도 문제란 게 있거든."

"오 그래? 금발 아가씨께선 무슨 고민이 있으실까?" 디나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쓸데없이 기운을 빼고 있단 걸 알았다. 샘이 정곡을 찔렀단 걸 결코 인정하지 않을 터였다. 그저 이 말싸움을 이겨서 이 캠프에서 하나라도 이뤄낸 게 있길 바랄 뿐이었다.

샘의 입이 여러 번 열렸다 닫히길 반복하다가 결국 다물어졌고, 샘은 다시 벽을 보고 돌아앉았다. "네가 상관할 거 없어."

디나는 샘의 뒷모습을 오래 쳐다보고 있다가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렸다.

커피 타는 데 뭐 이따위로 오래 걸리는 거야?

감사하게도, 문이 열리기까진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고 곧 구드 주임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구드는 책상 뒤로 들어가 앉으며 커피를 살살 불었다.

샘이 곧장 입을 열었지만 구드가 손을 들어 저지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캠프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어느정도 예상을 했습니다. 여러분 말고요. 인솔자로서 여러분의 임무는 어린 아이들에게 귀감이 되어주는 것일 텐데요." 구드가 커피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커피를 작게 한모금 하고 인상을 썼다. 아마 혀를 덴 것일 터였다. "아이들은 정말 예민하고 여러분의 행동에 영향받기 쉽다는 걸 둘 다 이해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죠?"

"네." 샘이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디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짱을 낀 채였다.

"그리고 여러분은 연장자이니만큼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도 알 테고요."

다시금 샘은 빠르게 대답했고 디나는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여러분의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이 일을 알렸겠지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첫째 날밖에 안 됐고 오느라 힘들었을 것도 이해하니까요." 이 부분은 샘을 향한 말이었다. 샘은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인간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지만," 구드 주임이 말을 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일을 용납할 수는 없겠어요. 아이들은 여러분을 따르고, 여러분도 아이들이 여러분의 행동을 따라하는 걸 봤을 테니까요. 그래서, 프레이저 양은 이 주간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존슨 양은 오 주 동안요. 이 일을 시작한 쪽이니까요. 이해했나요?"

디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공평한 처사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반박할 생각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방금 전까진 쫓겨나지 않으려 설설 길 생각까지 했는데 화장실 청소 정도면 잘된 일이었다. 디나는 최대한 빠르게 떠나려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샘은 여전히 붙박힌 듯 앉아 있었다.

"프레이저 양?"

"잠시만요, 그렇지만..." 샘이 눈썹을 치켜올린 채 디나를 흘깃 쳐다보았고 눈이 마주쳤다. 디나는 샘을 그만두게 하려 고개를 작게 저어보였지만, 샘은 못 본 것처럼 굴었다. "그렇지만 디나가 시작한 게 아닌걸요. 제가 했어요."

"그래, 어," 구드 주임이 목을 가다듬고 커피를 저어댔다. "목격자에 따르면 존슨 양이 다른 지도자와 다툼을 시작해서 일이 벌어졌다더군요."

샘이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목격자요? 피터 말이에요?"

"그게—" 그가 대답하려 했지만 곧장 가로막혔다. 디나는 놀란 눈으로 샘을 쳐다보았다. 대체 뭐가 얘를 화나게 한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무례하게 굴려는 건 아닌데요, 피터는 믿을 만한 정보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제 입으로 제가 했다고 말씀드리는데 어떻게 디나를 벌주실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게다가, 오 주면 거의 여름 내내인데 그럼 캠프에서의 생활은 완전히—"

"알겠어, 알겠어요." 구드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둘 다 삼 주면 괜찮겠습니까?"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만 가봐요, 캠프파이어 놓치겠네." 구드는 손을 저어 둘을 내쫓았다.

샘이 마침내 일어나 자리를 떴다. 젖은 셔츠를 불편하게 잡아당긴 채였다. 디나는 샘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머릿속 한 구석에선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꿈은 아닌지 계속해서 되뇌이고 있었다.

캠프까지 같이 걸어가며 샘의 팔이 살짝 스치자 디나는 발걸음을 약간 절었다. 샘은 고맙단 말을 기대하는 듯이, 이로써 비겼다는 듯이 디나를 봤다. 물론 디나가 과하게 해석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속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충분히 걸었다고 생각되는 거리까지 다다르자, 디나가 폭발했다.

"방금 대체 뭐였어?" 디나가 잔뜩 성난 채 물었다.

"진심이야?" 샘이 옅게 인상을 쓰고 물었다. "또 화가 났어? 도와준 거잖아."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디나가 한 걸음 다가서며 날카롭게 내뱉었다. 디나는 샘이 뒤로 물러서리라고 생각했지만 샘은 그 자리에서 미동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었어. 봉사 같은 건 됐거든. 너한테 동정 받고 싶지도 않고."

"동정한 적 없어. 세상에, 그냥 잘해주려는 거잖아." 샘이 화가 나서 손을 크게 움직였다. 화났을 때 습관인 게 분명했다. 디나는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냥 받아들이고, 고맙다 한마디 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거야?"

그 말에 디나는 다시 신경질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샘의 눈썹에 묻어 있는 크랜베리 주스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오, 애초에 너 때문에 일어난 일에서 날 구해줘서 고마워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네가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백마 타고 나타나 줘서 너무 다행이야." 유치한 대답이었지만 이 이상 성숙하게 대응할 방법은 몰랐다. 디나는 그저 이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었다. 샘에게 뭐 하나라도 빚지고 싶지 않았다.

"그거 알아?" 샘이 경멸하는 투로 내뱉었다. 뺨이라도 치기 일보 직전처럼 보였다. "넌 진짜 쓰레기야."

"네 다음으로 가는 쓰레기지." 디나가 말했다. 샘을 짜증나게 하려는 의도뿐이었다.

"정말이지 참아줄 수가 없어." 샘이 덧붙였다. 둘 사이가 가까워서, 너무 가까워서 디나는 새삼스럽게 숨이 닿을 법한 거리란 걸 깨달았다. 아주 조금만 다가섰다간 닿을지도 모를 거리였다. 디나는 팔짱을 끼고 샘을 쏘아보았다. 샘도 순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뺨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할 말 남았어?" 디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뭐야?

"어." 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다짐하는 것에 가까웠다. "꺼져."

"음..." 디나가 샘을 위아래로 훑으며 잠시 말을 골랐다. "너도!"

"그래!"

“그래!”

샘이 씩씩대며 디나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디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 말도 않았다. 그 짧은 부딪힘에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디나는 샘에게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알려줄 생각도 없었다. 샘이 캠프파이어에 가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결론지었다.

디나는 캠프파이어장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다.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했다간 질문 폭격을 받으리란 걸 알고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예상한 그대로, 친구들이 디나를 발견해서 가장 가까운 통나무에 데려다 앉혔다. 아이들이 주위에서 술래잡기를 하거나 스모어를 만들고 있었지만 그 애들은 디나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엔 너무 정신 없어 보였다.

"삼 주?" 디나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사이먼이 따라 말했다. "화장실 청소를?"

"어, 그니까 변기 위에 흘리지 마." 디나가 가방에서 크래커를 꺼내며 말했다. 크래커 끄트머리를 물고 통나무 위에서 몸을 펼 수 있는 만큼 펴 편한 자세를 잡았다. 사실, 디나는 그냥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을 봐, 적어도 장작 주우러는 안 가도 되잖아." 케이트가 말했다.

"장작이라고?" 사이먼이 막대기에 마시멜로우를 꽂으며 코웃음쳤다. 그리고는 막대를 조심스럽게 불에 가져다 댔다. "어떻게 나무 줍는 게 화장실 청소보다 별로일 수 있어? 그 이끼들 절대 안 지워진단 거 알면서."

"맞아, 그치만 밖엔 마녀의 집이 있을 거 아냐." 케이트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숲은 소름끼쳐."

"진심으로 마녀를 믿는 건 아니라고 해 줘. 마녀가 널 잡으러 올 것 같아?" 사이먼이 어린이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우우, 무섭지."

"조용히 해, 멍청아." 케이트가 사이먼을 찰싹 때렸다.

사이먼과 디나가 시선을 교환했고 둘은 곧장 서로 똑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녀는 무덤 저편에서 손을 뻗어 선한 자들을 악한 노예로 만든다네." 둘은 입을 모아 노래하며 케이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케이트는 눈을 굴렸다. "마녀는 네 피를 취하고, 네 머리를 취하고, 죽는 날까지 뒤쫓는다네!"

"그래, 그래! 알겠어." 케이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네 둘 다 바보들이야. 그만 해도 돼."

"내가? 바보인 걸 그만두라고?" 사이먼이 웃음지으며 마시멜로우를 불에서 떨어뜨리고 행복하게 막대에서 빼 먹었다. "어림 없지."

셋은 이후 삼십 분 가량을 농담을 하고 수다를 떨며 보냈다. 디나는 이런 기분 전환이 고마웠다. 걱정거리들로부터 벗어나기만을 바랄 때조차 자기가 필요로 하면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사이먼이 케이트가 어릴적 영화 캐릭터에게 반했던 일을 놀릴 때쯤이 돼서는 디나는 거의 잠든 상태였다.

감기는 눈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지만, 티내지 않았다. 제법 지치는 하루를 보냈고 잠자리에 일찍 드는 게 좋은 생각처럼 들렸지만 최소한 열한 시까지는 캠프파이어 옆에 붙어 있는 게 전통임을 알았다. 인솔자로서, 캠프파이어 노래 몇 곡을 부르는 동안은 앉아 있어야 할 터였다. 그리고 음식 전쟁 이후 디나는 이렇게나 일찍 책임을 내팽겨칠 수는 없게 된 신세였다.

구드 주임이 평소보단 조금 늦게 나타났다. 한 손엔 새 커피를, 다른 한 손엔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좋아요, 여러분!" 떠드는 아이들 목소리를 넘어 들릴 수 있도록 그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디나는 일말의 관심도 가지 않아 눈이 감기는 대로 있었다. 정말이지 이럴 기분이 아니었다. "노래로 여름을 이겨내 보는 건 어떨까요? 모두들 둘러앉읍시다."

디나와 친구들은 이미 가운데에 가까운 자리를 고집해 모여 앉아 있었다. 디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몸뚱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을 피해 타는 듯한 열기에 가까운 자리로 고쳐 앉았다. 디나는 무리를 둘러보고는 한동안 샘을 못 봤다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어딜 간 거지? 샘은 결코 첫 날 행사를 빼먹을 리가 없었다. 아닌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샘을 전혀 모르겠다는 결론에 다다를 뿐이었다. 디나는 심지어 샘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마저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색깔이라든지, 스모어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같은 것들을.

이런 게 왜 신경쓰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존슨 양은 드럼을 치죠?" 디나는 구드가 자기를 보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가져온 가방을 풀자 그 안엔 악기들이 가득했다—우쿨렐레, 하모니카, 작은 드럼 키트, 마라카스까지.

"네." 디나가 낮게 한숨 쉬며 미니 드럼 세트를 받아들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요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한 시간이 지났고, 대부분은 음이탈이 나거나 불안정한 리듬이었다. 디나는 드럼을 치면 노래를 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내내 드럼을 치기로 결정했다. 지루한 와중에 머리는 자꾸만 샘 생각으로 이끌렸고 그러는 동안 디나는 자기가 자꾸만 샘을 찾아 무리를 둘러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화 때문에 판단이 흐려져서 과하게 못되게 굴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샘을 찾던 디나는 버스에서 저를 쳐다보던 여자애—로즈?—와 우연히 눈이 마주치고 멈칫했다. 생각하자니 조금 민망하지만, 디나는 제법 오랫동안 누굴 만나지 않고 있었다. 작고 호모포빅한 마을엔 만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건, 드럼 치는 손가락을 빤히 쳐다보는 걸 보니 로즈가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단 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엔 상대에게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기 어렵지만 이번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고, 디나는 이런 작은 행운을 놓칠 바보는 아니었다.

슬그머니 빠져나가도 될 만큼 시간이 흘렀음을 깨달았고 고맙게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디나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안녕." 디나가 침착하게 인사를 건넸다. 가능한 한 가장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 "난 디나야."

여자애는 웃어보일 뿐이었다. "알아."


-


사십 분 후 디나는 그 여자애—이름은 로즈가 맞다고 확인해 줬다—와 침대 위에서 키스하고 있었다. 숙소로 그 애를 데려온 건 큰 실수인 것 같았지만, 숲속 나무에 기대 하는 건 너무 품격 없어 보였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디나는 이 선택을 후회했다. 문 앞에 선 게 누구인지 확인하자 정말로 후회했다.

샘은 그들을 마주치고 얼어붙었다. 상처 날 것 같을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상처 입은 것 같았다.

디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저의 불운을 저주했다. 그렇게 창피하진 않음에도 얼굴에 열이 올랐다. 로즈의 블라우스 안에 들어가 있던 손을 황급히 빼내고 그 위에서 내려왔다. 로즈는 요란 떨지 않았다. 디나의 어깨를 한 번 쥐어잡고는 귓가에 작별인사를 속삭이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며 달칵 했고 디나가 올려다 봤을 때 샘은 여전히 문가에 서 있었다.

왜 계속 쳐다보고 있는 거지?

불편한 침묵이 잠시간 지났다. 단 몇 초였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디나는 샘이 씻고 와서 새 옷을 입고 젖은 수건을 들고 있다는 걸, 따뜻한 샤워 덕에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단 걸 조용히 눈치챘다. 캠프파이어 동안 씻으러 갔던 건가? 욕실에? 디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들이닥친 게 친구였더라면 그저 놀리게 두고 넘어갔을 일이었다. 피터나 다른 짜증나는 놈들 중 하나였더라면 전혀 다른 이유로 놀림거리였을 터였다. 조쉬였더라면, 수치심에 죽고 싶어한 다음 사과를 하고 갈 길 보내줬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샘이었고, 샘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안녕." 디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난장판인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엉킨 걸 풀려고 했다. 샘의 눈이 그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따라왔다.

"안녕." 샘이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지만 뺨이 타는 듯이 붉어져 있었다. "여자친구 있는 줄은 몰랐네."

"여자친구 아니야." 디나가 천천히 대답했다. 샘의 속셈이 무언지 읽어내는 데에 정신이 팔린 탓이었다.

"그렇구나." 샘이 고개를 한 번, 두 번 끄덕이고는 방에 들어와서는 분주하게 제 할 일을 했다. 침대 위에 수건을 올려두고 괜히 가방에서 팔찌를 꺼내 놓곤 하는 등이었다. "그렇겠지."

디나는 샘이 괜찮아 보인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약간은 어색할지 몰라도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반쯤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겠지?"

"아." 샘의 눈이 커졌고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만다 프레이저," 디나가 과장된 말투로 끼어들었다. "지금 나보고 헤프다고 하는 거야?"

"아니, 세상에, 절대. 당연히 그런 게—" 순간 샘이 입을 다물었고 가늘게 뜬 눈으로 디나를 쳐다봤다. 디나는 웃음을 참느라 거의 떨고 있었다. "하하. 재밌네. 혹시 최근에 어디서 쓰레기 소리 들은 적 없어?"

"있지." 디나가 툭 내뱉었고 그 말투에 순간 방안의 공기가 싸해졌다. 샘이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는 게 들렸다.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심각해지자 디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는 샘에게 화나 있어야 하는 참이었다—그리고 실제로 화가 나 있다. 앞서 있었던 말싸움이 그들 사이에 딱딱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웃음기로 마음이 따뜻했지만 지금은 오직 시릴 뿐이었다. 디나는 신경을 돌리려 머리카락을 손가락 새로 매만졌다. 이것 말고 다른 무엇이라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잠시 후 문으로 들이닥친 것으로 인해, 분위기는 완전히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