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hiveofourown.org/works/32751760
Rating:
Mature
Fandom:
Fear Street Trilogy (TV)
Relationship:
Samantha "Sam" Fraser/Deena Johnson
“환영해, 사만다 프레이저.” 지도자들이 영혼 없이 입을 모아 말했다. 비꼬느라 입꼬리들이 한참 내려가 있었지만, 디나의 입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뼈는 납 같고, 관절이 돌덩이같이 느껴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속도 마치 시멘트로 변한 것만 같았다. 말을 하려 숨을 짧게 들이쉬었고 공기가 기도를 지나쳐 들어갔지만 소리는 나오려 하질 않았다.
디나는 샘이 시야에 완전히 들어서는 걸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냥,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서니베일 사람을 셰이디사이드 숙소에? 구드 주임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물론, 다른 해결책도 있다. 디나는 서니베일 숙소를 한 번 훔쳐본 적이 있었는데, 침대들이 어찌나 넓으시던지. 샘은 키가 컸지만 아주 말랐고, 거기서 누군가의 곁에 껴서 자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샘이 여름 동안 어디서 지낼지와 관계 없이 여전히 서니베일 사람이란 점을 구드 주임은 잊었을지라도, 인솔자들은 잊지 않을 것이었다.
디나는 동료 지도자들의 얼굴에 떠오른 들썩이는 표정들에서 그들이 구드가 뒤돌아 나가기만을, 그래서 후폭풍 없이 샘에게 달려들 수 있게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처사는 그들에게만이 아니라 샘에게도 곤욕이었다. 디나는 새로이 떠오른 작은 호기심을 품고 샘을 지켜보았다. 작고 여린 사만다 프레이저가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좋을 일이 뭐가 있겠어?
샘은 구드 주임의 앞에 어색하게 서 있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분명했다. 일 년쯤 전 피터와 유난히 크게 다투던 모습을 디나가 봤을 때도 딱 저 얼굴이었다. 샘은 다른 데로 뛰쳐나가 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디나는 갑자기 마음 속에 옅게 드는 날카로운 상처를 애써 외면했다.
사실 생각해보자면 웃긴 일이었다. 정말로.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디나는 실소조차 지어보일 수 없었다.
“그냥 샘이라고 불러줘.” 샘이 부드럽게 정정했다.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가, 다시 올라와 토끼눈을 뜬 지도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냥 샘.” 구드 주임이 애써 노력하고 있는 게 분명한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며 윙크를 더했다. “여기서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군요.”
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입술이 작게 움찔댔고, 인상쓰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구드는 그런 걸 알아채기엔 너무 산만했다. 디나는 왜 자기는 알아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신경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구드 주임은 나머지 무리에게 관심을 돌리고는 약간 정신을 차린 듯했다. “친절하게 대해 주길 바랍니다.”
“그럴게요.” 모두가 입을 모아 대답했고, 구드가 떠날 때까지 웃음을 참고 있었다.
번역하자면, 싫은데요였다.
그가 떠나자 숙소엔 침묵이 흘렀다. 샘은 남들을 의식하며 가방을 끌어안은 채 뿌리박힌 듯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나머지 무리들도 여전히 샘을 쳐다보고 있었다.
짧은 검은색 반바지와 나이트윙 캠프 티셔츠를 입은 샘은 여기의 여느 여자애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달의 반대편에서 온 것 같기도 했다.
디나는 소개에 능하지 않아서—어쩌면 조쉬의 말처럼 사회성 기르기 수업이 필요한지도 몰랐다—케이트를 쳐다보았다. 케이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긴장 가득한 정적이 길게 흐르고 난 뒤 샘이 드디어 문간을 넘어 들어왔다. 샘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미 차지된 침대들을 지나쳐, 끝내, 디나의 곁에 멈춰섰다. 문을 한 번 돌아보아 숫자를 확인하고, 주변의 침대들을 훑어보다가, 다시금 디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우리가 같이 쓰게 된 것 같네.” 샘이 어깨에 멘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위층에 가방을 올려놓고는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수줍게 웃어보였다. “멋진데.”
“아니, 전혀.” 디나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살면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수도 없이 겪어왔지만, 이번 건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절대로. “딴 사람이랑 써.”
샘이 숨을 깊게 내쉬었고 디나는 자기가 그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깨달았다.
“왜 그래, 짜증나게 굴지 말고.” 샘이 말했고, 숙소엔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디나는 모두가 대화를 멈추고 둘을 지켜보고 있단 걸 깨달았고, 속으로 앓는 소릴 냈다.
“그러시든지.” 디나는 싸울 힘도 없어서 샘을 그냥 지나쳐 가며 툭 내뱉었다.
여자애들 중 하나가 디나가 문까지 가기 전에 앞을 막아서며 과장된 소릴 했다.
“뭐야, 이제 잘해주기로 한 거야?” 여자애가 물었고, 참나, 디나는 얘의 이름도 몰랐다. 그러나 셰이디사이드에서 친절하거나 상냥하게 굴었다간 뼈도 못 추린다는 건 알았다.
그리고 성적 지향이 공공연히 드러나 있는 이런 상황에선, 사나운 인성 쓰레기로 남는 것만이 끊임없는 괴롭힘에서 디나가 자신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 거 아냐.” 말하며 샘과 눈이 거의 마주쳤다. 디나는 모두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런 애한테 힘 빼고 싶지 않은 것뿐이거든.”
샘의 눈빛에 상처가 스쳤을지 모르고, 입술이 굳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디나는 그걸 보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떴다. 케이트의 팔을 붙잡아 방 밖으로 이끌었고 케이트는 휘청이며 따라 나왔다.
케이트가 조용히 반항하는 소릴 냈다. “야, 나 아직 짐 다 안 풀었는데—“
“그만하면 됐어.” 디나가 말을 끊었다.
“뭔데, 오늘 착하고 상냥한 모드로 있기로 한 거 아니었어?” 케이트가 발걸음을 따라잡으며 물었다. 말하는 투로 봤을 때 정말 짜증나거나 한 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셰이디사이드 남자 지도자 숙소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았고, 웃고 떠드는 여자애들 몇과 모닥불을 거쳐서 금방이었다. 도착해서 디나는 노크를 하진 않았고 사이먼 것으로 보이는 침대에 걸터앉았다—사이먼이 풋볼 경기 때 쓰는 검은색 싸구려 마녀 모자로 표시되어 있는 침대였다.
모자 주인이 여느 때와 같은 강아지 같은 웃음으로 둘을 반겼다. "디나! 케이트! 아가씨들, 남자 숙소에 오면 안 되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
사이먼이 장난스럽게 눈썹을 들썩이며 다가왔다. "이러다 우리가 결국 섹스하게 되면 어떡해?"
대부분의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이 그들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했다는 걸 눈치조차 채지 못한 것 같았고, 알아챈 이들도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누구도 감히 디나에게 시선을 두지는 않았으나 케이트는 몇몇에게서 이상한 눈빛을 받았다.
"널 향한 욕망을 이겨내 보도록 할게." 디나가 픽 웃으며 말했다.
"너는?" 사이먼이 케이트를 향해 돌아보고서는 유쾌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내 야성적인 매력을 견뎌낼 수 있겠어?"
케이트가 과장되게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힘들 것 같긴 한데, 노력해 볼게."
"좋아." 사이먼이 말했고, 셋은 모두 진지한 척을 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정도면 디나가 샘과의 대화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은.
사이먼이 곁에 와 앉았고 케이트도 베개를 제 무릎에 올려두며 끼어들었다. 사이먼은 디나를 제 전용 베개처럼 사용했다. 디나는 그러도록 놔두었고, 사이먼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주기까지 했다.
"맞다, 아까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케이트가 가십거리에 신난 목소리로 사이먼에게 말했다. 디나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디나는 케이트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알았고, 차라리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길 택했다. "서니베일 숙소에 침대가 부족해서 구드가 그 망할 것들 중 하나를 우리 쪽으로 보냈지 뭐야."
"말도 안 돼." 사이먼이 그 불행한 사건에 즐거워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가볍게 하는 말이었지만 디나는 그를 한 대 쳐 주고 싶었다. "대체 누굴?"
"사만다 프레이저." 디나가 대답했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만 같았다.
"이런, 젠장."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피터 여자친구? 그 사만다 프레이저?"
"어." 디나가 답했다. "그 사만다 프레이저."
디나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난 몇 분간 그 일 때문에 심란했던 적 따위 없다는 듯이. 지금은 샘과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침대 위에 함께 있는 것만 같기도 했다. 샘 때문에 살갗이 근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케이트와 사이먼은 방 반대편에서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티나게 걱정하는 눈빛을 교환했다. 디나는 둘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척 벽에 나 있는 자국만 응시했다.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고 있는지를 케이트와 사이먼이 들었을까? 논리적으로는, 그럴 리 없다. 그렇지만 그들과는 너무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왔고 손 위에 있는 꼴이나 다름없이 읽혀버릴 것이었다.
"꼭 걔를 죽여버리려는 것 같아. 뭐, 자기네 마을 사람 하나 넘겨주려는 건가?" 케이트가 말했다. 순전히 장난이라기엔 상당히 긴장된 목소리였다.
"그래, 글쎄..." 디나가 여전히 벽의 자국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자국은 마을 저주에 관한 표식이었다. 디나의 불운을 눈에 보이게 그려놓은 것만 같았다. "됐다 그래."
셋은 저녁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기까지 세 시간을 서니베일 욕을 하며 침대에서 노닥였다.
셋이 도착했을 때 서니베일 놈들이 이미 모두 거기 있는 것은 물론이요, 그들 몫으로는 부스러기만을 남겨두고 자기들끼리 이미 식사 중인 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디나는 불평 없이 배식 줄에 서서 미트로프와 빵을 집었다. 조쉬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려 고갤 들어 그쪽을 보았고, 조쉬가 행복하게 웃으며 크림 시금치로 배를 채우는 걸 보고서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이먼은 저녁을 건너뛰고 곧장 디저트 쪽으로 직행해서는 커다란 초코 케익 조각 위에 휘핑크림을 듬뿍 짜냈다. 디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디나는 초콜릿을 싫어했다—그리고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다.
보이지 않는 자석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디나의 눈은 샘을 찾았고 심장이 목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순간 목이 메는 것 같은 느낌에 레모네이드를 크게 한 모금 삼켜 간신히 내렸다.
샘과 피터는 다투고 있었다. 피터의 얼굴엔 경멸과 조소가 비쳤고 샘은 화가 나서 팔을 앞뒤로 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하고 있었다. 다툼이 눈에 띄게 격해져 가자 그 테이블의 몇몇 참가자들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디나의 표정은 걱정과 궁금함 그 사이 어딘가였다. 눈썹에 힘이 들어간 채였다. 대화가 들리길 간절히 바랐지만 식기 달그락대는 소리와 떠드는 소리 사이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디나?" 케이트는 바로 옆에 앉아있었지만 묻는 목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왔다.
"응." 디나가 멍하니 대답했다. 시선은 여전히 샘과 피터를 향해 있었다.
"듣고 있긴 해?"
"...응."
대체 뭐 때문에 싸우는 거지?
"왜 그렇게 역겨운 짓을 해?"
"뭐?" 디나가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케이트를 홱 돌아보았다. 케이트는 의아한 눈빛으로 디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역겨운 짓이라니?"
"어," 케이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너 지금 미트로프에 버터를 한 이십 분째 바르고 있잖아."
"아." 디나가 탄식을 내뱉었다. 민망함에 뺨에 열이 살짝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곧장 자신감 있는 웃음을 억지로 지어보였다. "일부러 그런 거야."
"그래," 케이트가, 아주 천천히, 디나의 대답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 듯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저 고개를 기울일 뿐이었고, 이내 장난스럽게 코를 찡긋해 보였다. "끔찍한 입맛이네."
"음, 난 초콜릿 싫다 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 사이먼이 케이크를 입안 가득 문 채 덧붙였다.
긴장되던 순간은 케이트와 사이먼이 장난에 뛰어들며 빠르게 지나갔다. 디나는 이래서 이 애들을 좋아했다.
나머지 저녁 시간은 순조롭게 지나갔다. 디나는 편안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고, 마음 속엔 온기가 피어나고 있었지만 눈은 몇 분에 한 번씩 식당 반대편을 향하며 디나를 배신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엔 샘을 보고 있는 걸 들키지 않으려 디저트 코너 쪽을 보는 척해야 했다.
"케이크 말고 다른 것도 있을까?" 디나가 일부러 소리 내어 물으며 더 잘 보려는 척 고개를 내뺐다.
"아니." 사이먼이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그래도 휘핑 크림 좀 퍼다 줄 수는 있어."
"아니, 사양할게." 디나가 손을 내저어 거절했고 빈 접시를 퇴식구에 갖다 두려 일어났다. 그러나 목적지에 다다르진 못했다. 피터와 정통으로 부딪혔는데, 그는 아주 예상한 듯 디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일부러인 게 분명했다.
피터는 멍청이처럼 은근히 근육을 자랑하느라 팔짱을 끼고 서 있었고, 샘은 그 뒤에 거의 숨어 있었다. 디나는 조용히 샘을 바라보았다. 샘은 거의 바닥을 보고 있었고 이따금 올려다 볼 뿐이었다.
이글대는 눈맞춤이 길게 이어졌고, 샘이 다른 데를 볼 때까지 디나의 심장은 이상하게 쿵쿵대고 있었다.
"와, 잘나가는 커플께서 찾아 주신 것 좀 봐." 싸울 가치도 없다고, 특히 샘과는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디나는 그들을 지나쳐 갔다. "이런 영광이 있나."
"커플 아니야." 샘이 자기 말을 입증하려는 듯 피터에게서 떨어져 서며 급하게 끼어들었다.
디나는 그 말에 눈에 띄게 반응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숨이 멈칫했다... 안도감에.
그렇지만 안도할 일이 뭐가 있겠어? 샘에게 남자친구가 없단 사실은 디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잘됐네." 디나가 마침내 대답해냈고, 기꺼이 그들을 남겨둔 채, 방향을 틀어 발을 옮겼다.
자기를 정말로 그냥 보내주는 데에 디나는 약간 놀랐지만, 그런 행운은 금세 사라졌다.
"있지, 샘한텐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이 있거든." 피터가 크게, 과하게 크게 말했다. 분명히 식당 안 모두의 이목을 끌려는 속셈이었다. "레즈 년이랑 한 침대를 쓰게 되다니 말이야."
샘이 들리기엔 너무 작은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피터, 그러지 마—"
"사실, 샘한테는 나도 유감이야." 디나가 샘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너랑 데이트 하는 건 어떻게 견디나 몰라? 내가 보기엔, 개똥 뒤집어 쓴 사람한텐 파리도 안 꼬이거든."
그들 뒤에서 사이먼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케이트가 곧장 그의 팔을 때렸다. 케이트는 걱정되는 눈으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입 닥쳐." 피터가 주먹을 말아쥐며 으르렁댔다. 디나는 이게 육체적인 싸움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
둘 중 누구든 움직이기 전에, 샘이 사이먼에게서 케이크 접시를 잡아챘고—사이먼은 분노에 차 소리를 쳤다—그들 쪽으로 내던졌다. 순간 피터가 몸을 숙여 피했고 케이크는 디나의 머리에 처박혔다.
눈이 크림으로 가려지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디나는 어쩌면 샘의 미안한 표정을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디나의 시야는 설탕 덩어리에 온통 막혀 있었다.
"잠깐만!" 샘이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려던 게—"
디나는 가장 가까이에 서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남자애에게서 접시를 빼앗아 들고, 샘의 얼굴에 미트로프를 처발랐다. 이마부터 턱까지.
"어." 디나의 얼굴에 못된 웃음이 대놓고 서렸지만, 전혀 즐겁진 않았다. "이러려던 건 아니야, 나도."
디나는 똑바로 마주친 샘의 눈에 분노가 차오르는 걸 보고는 약간 긴장했다. 디나는 샘이 눈물을 터뜨리거나 그저 씩씩대며 자리를 피하는 정도일 줄 알았지만, 샘은 그러긴커녕 피를 보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식당 안은 죽은 듯이 조용했고 그 끔찍한 순간 모두가 숨을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음식 전쟁이다!"
디나는 팔 하나가 허리를 잡아 뒤로 끌어당기는 걸 느꼈다. 잠깐은 그게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저를 테이블 아래로 당기는 조쉬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둘은 웅크리고 앉아 앞에 벌어진 난장판을 구경했다. 사방에서 아이들이 자기들의 저녁을 이리저리 힘껏 내던지고 있었다.
비명이 난무하는 완전한 혼돈이었다. 다른 데 살았더라면 재밌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서니베일과 셰이디사이드 같은 라이벌 관계에서는, 이건 서로를 향한 분노를 맘껏 표출해낼 기회에 불과했다.
디나는 크림 시금치를 피하다가 바닥에 등을 부딪치고는 분노했다. 디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는 사람을 찾아 빠르게 식당 안을 훑다가, 샘에게 시선이 닿자 얼어붙었다. 샘은 빵을 한가득 안고 남들에게 집어던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디나의 입가에 실소가 번졌지만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곧장 표정을 굳혔다.
구드 주임이 잠시 후 들이닥쳤다.
"그만들 하세요!" 멀리서 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에 부딪혀 떨어진 빵 때문에 구드는 말을 절었다. 디나는 방금 전 샘을 봤던 자리를 돌아보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금발을 발견했다.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구드 주임이 소리쳤고 서니베일은 그 즉시 입을 다물었다. 셰이디사이드 쪽은 몇 초가 더 걸렸다. "누가 시작했습니까?"
그는 허리에 손을 얹고 무리를 눈으로 훑었다.이마에 가늘게 주름이 졌다.
디나는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셰이디사이드 애들은 자기를 찌르지 않을 걸 알았다.
"이렇게 나온다 이겁니까?" 구드가 다그쳤다.
샘은 키 큰 아이들 몇 명 뒤에 서서 거의 숨어 있었다. 샘 주변 무리에서 작은 웅성임이 있었고, 몇몇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한 소리로 말했다. 가까이에 있던 누군가 샘을 밀쳐냈고 덕분에 샘은 무리에서 휘청대며 튀어나오게 되었다. 눈을 크게 뜨고 엉성한 모습이, 마치 아기 사슴 같았다.
샘은 낙담해서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리 놀란 듯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뺨엔 붉은 빛이 들었다.
"쟤도 같이 했어요!" 피터가 별안간 소리치며 디나를 정확히 가리켰다.
"뭐?" 디나는 놀란 척했지만 속으론 저 자식 목을 조르는 상상을 했다. "증거 없잖아."
구드 주임은 디나의 말을 무시하고 디나와 샘을 노려보았다.
"둘 다. 내 사무실로. 당장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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